저번 글에서는 생명의 중심원리와 전사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번역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번역은 유전 정보가 mRNA에서 단백질로 전달되는 과정, 즉 RNA를 이용하여 폴리펩타이드를 만드는 단계입니다.
1. 번역
-번역에 참여하는 분자들
번역과정에서의 번역자는 운반 RNA(transfer RNA, tRNA)라고 합니다. tRNA는 세포질의 아미노산 풀에서 아미노산을 리보솜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세포는 20가지의 아미노산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리보솜은 tRNA에 의해 운반된 아미노산을 폴리펩타이드 사슬의 말단에 붙입니다. tRNA는 한쪽 말단은 특정 아미노산을 가지고, 다른 쪽 말단은 mRNA와 상보적으로 염기쌍을 만들 수 있는 3개의 뉴클레오타이드를 가집니다. 즉, tRNA 분자가 mRNA의 코돈을 아미노산으로 번역한다는 것입니다. tRNA는 단일 가닥으로, 대략 80개 정도의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됩니다. 이 가닥 자체에 서로 수소결합 가능한 뉴클레오타이드들이 있어 입체적인 구조를 가집니다. 3' 말단으 아미노산이 붙는 부분이고, 다른 끝에서 나온 루프는 안티코돈(anticodon), 즉 mRNA의 코돈과 상보적인 염기쌍을 형성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염기 3개입니다. 안티코돈은 3'에서 5'으로 읽혀서 올바르게 배열될 수 있습니다. tRNA도 DNA 주형으로부터 전사되어, 진핵세포에서는 핵에서 나와 세포질로 이동합니다.
번역할 때는 인식 단계가 2번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로, 특정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mRNA 코돈과 결합하는 tRNA는 오직 그 아미노산만 리보솜으로 운반해야 합니다. 아미노아실 tRNA 합성효소(aminoacyl-tRNA synthetase)는 아미노산을 적절한 tRNA와 결합하도록 해줍니다. 이 합성효소는 ATP를 가수분해하여 아미노산을 tRNA에 공유결합하여 아미노아실 tRNA가 되도록 돕습니다. 아미노아실 tRNA는 충전형 tRNA(charged tRNA)라고도 하며, 효소에서 나와 폴리펩타이드 사슬로 아미노산을 운반 가능합니다. 두 번째로는 tRNA의 안티코돈과 mRNA의 코돈의 정확한 연결과 관련 있습니다. tRNA는 45개 정도가 있으며, 그 말인즉슨 하나 이상의 코돈과 결합해야 합니다.(왜냐하면 코돈은 64개이며, 그중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코돈은 61개이기 때문입니다.) 코돈의 세 번째 염기와 tRNA 안티코돈의 해당 염기의 결합은 상대적으로 엄격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안티코돈의 5' 말단의 U는 코돈의 3' 말단의 A뿐만 아니라 G와도 결합 가능합니다. 이 현상을 동요(wobble)라고 합니다.
-리보솜
리보솜은 안티코돈과 코돈의 결합을 촉진합니다. 리보솜은 큰 소단위체와 작은 소단위체로 나뉘며, RNA 분자들(리보솜 RNA, ribosomal RNA, rRNA)과 단백질로 구성됩니다. 리보솜 질량의 약 1/3을 단백질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rRNA입니다. 소단위체는 진핵세포의 경우 인에서 만들어지고, 핵공을 통해 세포질로 나갑니다. rRNA 유전자는 전사, 가공 후 단백질들과 리보솜으로 조립됩니다. 세균과 진핵세포에서 큰, 작은 소단위체는 mRNA 분자에 붙을 때만 복합체를 이룹니다. 진핵세포가 세균보다 리보솜 크기가 크며, 구성도 차이가 있습니다. 리보솜은 mRNA뿐만 아니라 tRNA에도 결합합니다. 즉, mRNA 결합 부분과 3개의 tRNA 결합자리가 있습니다. P site는 계속 늘어나는 폴리펩타이드 사슬을 단 tRNA, A site는 사슬에 붙일 다음 아미노산이 있는 tRNA, E site는 아미노산을 넘긴 후의 tRNA가 있는 자리입니다. 아미노산을 폴리펩타이드 사슬에 붙일 때 리보솜은 펩타이드 결합을 촉매합니다.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완성되면 큰 소단위체의 출구 터널(exit tunnel)을 통해 방출됩니다.
-폴리펩타이드 합성
그럼 본격적으로 번역 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번역 단계는 개시, 신장, 종결 이렇게 세 개로 나뉩니다. 개시, 신장에서는 GTP의 가수분해에 의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개시 단계에서는 개시코돈(AUG)이 번역의 시작점입니다. mRNA와 AUG에 대응하는 아미노산(메싸이오닌)을 가진 개시 tRNA가 리보솜의 작은 소단위체에 붙습니다. 진핵세포의 경우, 개시 tRNA가 결합한 채 작은 소단위체가 mRNA의 5' 캡 부분에 결합 후 개시코돈에 도달합니다. 이후, 개시 tRNA가 AUG 개시코돈에 수소결합을 합니다. 즉, 이 단계에서는 mRNA, 리보솜 소단위체, 개시 tRNA가 결합합니다. 이후 큰 소단위체까지 부착되면 번역개시복합체가 완성됩니다. 개시인자(initiation factor)는 이것들을 묶어주며, 세포도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개시 단계 완료 후 개시 tRNA는 리보솜의 P site에 있으며, A site는 다음 아미노산을 가진 tRNA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장 단계에서는 아미노산이 폴리펩타이드 사슬의 C 말단에 붙습니다. 이 때, 신장인자(elongation factor) 단백질들이 관여합니다. 안티코돈은 A site의 mRNA 코돈과 염기쌍을 형성하고, 이때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그 후 P site의 tRNA에서 폴리펩타이드를 A site의 tRNA에 부착된 아미노산에 붙입니다. A site의 tRNA는 이후에 P site로 이동하고, P site에 있던 tRNA는 E site로 이동해 방출됩니다. mRNA는 결합된 tRNA와 이동하여 번역될 코돈을 A site로 이동시킵니다. 이때도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E site에서 방출된 tRNA는 세포질에서 또 아미노산으로 충전됩니다. 번역은 mRNA의 종결 코돈이 A site에 갈 때까지 지속됩니다. UAA, UGA, UAG는 종결 코돈으로 작용하며, 방출인자(release factor) 단백질이 A site의 종결코돈에 직접 붙습니다. 그리고 물 분자를 첨가해 완성된 폴리펩타이드를 tRNA와 분리해 방출시킵니다.
-기능을 갖는 단백질의 완성과 이동
폴리펩타이드는 번역 후 변형(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과정을 거쳐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다른 물질이 첨가될 수도 있고, 아미노산의 일부가 제거될 수도 있습니다. 리보솜에는 부착 리보솜과 자유 리보솜이 있다고 이전 글들에서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이중 자유 리보솜이 번역을 시작합니다. 분비될 예정인 폴리펩타이드는 신호펩타이드(signal peptide)로 표지되어 있어 단백질을 소포체로 이동시킵니다. 이때 리보솜에서 빠져나올 때 신호인식입자(signal recognition particle, SRP)에 의해 인지되고, SRP는 리보솜을 소포체막의 수용체 단백질로 이동시킵니다. 폴리펩타이드가 여기서 계속 합성되고, 소포체 내강으로 들어갑니다. 완성된 폴리펩타이드는 소포체 내강 내의 용액으로 방출됩니다. 이렇게 번역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보솜 한 개는 폴리펩타이드를 1분 내에 합성 가능합니다. 그러나 mRNA는 여러 개의 폴리펩타이드를 만드는 데 동시에 사용됩니다. 즉, 여러 개의 리보솜이 mRNA 1개에서 동시에 번역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리보솜을 폴리리보솜(polyribosome, polysome)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세균은 전사와 번역을 동시에 진행 가능하지만, 진핵생물은 핵막에 의해 전사와 번역 과정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2. 뉴클레오타이드 돌연변이의 종류
점돌연변이(point mutation)는 일부의 유전자나 염기쌍에만 일어나는 소규모 돌연변이이며, 다음 세대에까지 전달 가능합니다. 이것이 개체에 불리하다면 유전적으로 이상이 있는, 즉 질병 상태로 간주됩니다. 그렇다면 소규모 돌연변이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단일 염기쌍 치환, 염기쌍 삽입, 결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뉴클레오타이드쌍 치환(nucleotide-pair substitution)은 한 뉴클레오타이드와 상보적인 염기가 다른 쌍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유전적 암호의 중복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염기쌍이 변화했어도 아미노산은 같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침묵 돌연변이(silent mutation)라고 합니다. 과오 돌연변이(missense mutation)는 아미노산이 바뀌는 치환을 말합니다. 이것은 단백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이와 비교해 점돌연변이는 아미노산을 암호화했던 코돈을 종결코돈으로 바꿔 버릴 수 있고, 이것을 정지 돌연변이(nonsense mutation)라고 합니다. 이것으로 인해 기능이 없는 단백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삽입(insertion)은 유전자에 뉴클레오타이드쌍이 추가되는 것이고, 결실(deletion)은 뉴클레오타이드쌍이 소실되는 것입니다. 치환 돌연변이보다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한 뉴클레오타이드쌍의 삽입 또는 결실이 일어나면 코돈을 3염기 단위로 읽는 틀 자체가 바뀝니다.(3개의 염기쌍이 추가되거나 소실되는 것이 아니라면요) 이것을 틀이동 돌연변이(frameshift mutation)라고 합니다. 이것에 의해 과오 돌연변이나 정지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치환에는 침묵, 과오, 정지 돌연변이가 있으며, 삽입 또는 결실에는 틀이동에 의한 정지, 과오, 3 염기쌍 결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돌연변이는 왜 생기는 걸까요? DNA 복제, 재조합 중에 나타나는 실수가 이어진 것일 수 있으며, 이것을 자연발생 돌연변이(spontaneous mutation)라고 합니다. 돌연변이유발원(mutagen)은 돌연변이를 야기하는 원인들로, X선 등의 고에너지 방사선 등이 해당합니다. 이렇듯 이번 글에서는 번역 과정 및 번역 후 변형, 뉴클레오타이드 돌연변이의 종류 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유전자 발현의 조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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