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는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비교하고, 염색체에 대한 기본 개념, 2배체와 반수체, 3가지의 생식주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감수분열의 구체적인 단계와 유전적인 변이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저번 글에 이어서 쓰는 내용이라 번호도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3. 감수분열의 단계
감수분열은 체세포분열의 단계들과 유사하기는 합니다. 감수분열에서도 염색체들이 복제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감수분열은 세포분열이 연속적으로 2번 나타나고, 각각을 감수 1 분열(meiosis 1)과 감수 2 분열(meiosis 2)라고 합니다. 이것으로 인해 딸세포는 2개가 아닌 4개가 나오고, 염색체수는 부모 세포의 절반입니다. 여기서 자매염색분체와 상동염색체 관련 내용을 복습해 봅시다. 자매염색분체는 하나의 염색체에서의 두 복사본이며, 자매염색분체 접합(sister chromatid cohesion)을 통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자매염색분체 2개가 염색체 한 개를 구성합니다. 상동염색체는 부모로부터 각각 받은 염색체이며, 같은 유전적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자들을 동일한 위치에 가집니다. 이때 그 상응하는 위치에 대립유전자(allele)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동염색체는 감수분열 과정을 제외하고는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럼 감수 1 분열과 2 분열의 과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감수 1 분열
전기 1에서는 중심체가 이동하고, 방추사가 형성되고, 핵막이 소실됩니다(체세포분열과 동일). 그리고 염색체가 점점 응축됩니다. 상동염색체는 쌍을 이루고 교차(crossing over)가 나타납니다. 이때 교차가 일어난 부분을 교차점(chiasmata)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세소관이 동원체의 방추사부착점에 붙고, 상동염색체쌍을 적도판으로 이동시킵니다. 중기 1에서는 상동염색체쌍이 적도판에 배열되고, 각 상동염색체의 두 염색분체는 극에서 온 미세소관과 붙어 있습니다. 후기 1에서는 상동염색체쌍이 분리되고, 각각 상동염색체는 극 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자매염색분체는 동원체에 의해 계속 붙어 있습니다. 말기 1에는 세포의 반쪽에 각각 반수체의 복제된 염색체들이 있으며, 세포질분열이 동시에 일어나 반수체 딸세포 2개가 만들어집니다. 동물세포에서는 분할구, 식물세포에서는 세포판을 형성합니다.
-감수 2 분열
감수 1 분열과 감수 2 분열로 넘어갈 때는 염색체 복제가 일어나지 않고, 바로 분열이 진행됩니다. 전기 2에서는 방추장치가 형성되고, 두 개의 염색분체로 구성된 염색체가 적도판 쪽으로 미세소관에 의해 이동합니다. 중기 2에서는 체세포분열에서처럼 중기판에 염색체가 배열되고, 미세소관이 연결된 상태입니다. 후기 2에서는 염색분체가 분리되어(분리된 염색분체 각각은 개별적인 염색체로 취급합니다) 반대쪽 극으로 이동합니다. 말기 2에서는 핵이 형성되고, 염색체가 풀리며 세포질분열이 나타납니다. 최종적으로 부모세포의 감수분열을 통해 반수체 염색체 세트를 가진 4개의 딸세포가 만들어집니다. 정리해 보자면 감수 1 분열은 상동염색체를 분리하고 2배체에서 반수체로 감소합니다. 감수 2 분열에서는 자매염색분체를 분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딸세포는 서로, 그리고 부모세포와 유전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전기 1 동안의 교차와 접합
전기 1에서는 상동염색체가 서로 붙고 교차가 일어나며 염색체는 응축되어 있습니다. 간기 후 복제된 염색체의 염색분체들은 코헤신(cohesin) 단백질에 의해 결합합니다. 그리고 상동염색체들끼리 연결되고, 특정 지점에서 절단이 일어나 접합 복합체(synaptonemal complex)가 만들어져 상동쌍을 연결합니다. 이것을 접합(synapsis)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 중 DNA는 절단되고 그 끝이 비자매염색분체의 상응 DNA 부분과 연결됩니다. 즉 부계의 염색분체는 교차점에서 모계의 것과 연결되며, 모계의 염색분체도 부계의 것과 연결됩니다. 상동염색체 쌍은 감수 1 분열에서 적도판으로 이동하기 전에 한번 이상의 교차가 나타납니다.
-체세포분열과 감수분열의 비교
체세포분열과 감수분열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수분열은 염색체 세트가 2배체에서 반수체로, 즉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체세포분열은 염색체 세트 수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딸세포들의 경우 체세포분열에서는 부모세포 및 딸세포끼리 유전적으로 동일하지만, 감수분열에서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체세포분열과 비교했을 때 감수분열에서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사건은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바로 접합과 교차가 전기 1에서 나타납니다. 두 번째로는 각각의 복제된 염색체가 아닌 상동염색체의 쌍이 연결된 채로 적도판에 배열됩니다. 마지막으로는 감수 1 분열의 후기에서는 복제된 염색체의 자매염색분체가 아니라 상동염색체쌍이 분리되어 반대 극으로 이동합니다. (체세포분열에서는 자매염색분체가 후기에서 분리됩니다) 이밖에도 DNA복제는 체세포분열은 간기에, 감수분열은 감수 1 분열 전의 간기에는 나타나지만 감수 2 분열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체세포분열은 다세포 동물, 식물이 단일세포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게 하며, 생장 등에 관여합니다. 감수분열은 배우자나 포자를 형성하며, 유전적 다양성에도 관여합니다.
4. 유성생식 주기에서의 유전적 변이
유성생식에서의 유전적 변이는 염색체가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현상, 교차, 무작위 수정 이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염색체의 독립적 분리
우선 감수 1 분열 중기에서 상동염색체 쌍은 무작위로 배열됩니다. 모계와 부계 상동염색체가 어느 한쪽 극을 향하는지가 무작위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에 따라 딸세포가 상동염색체 쌍 중 모계 염색체를 가질 확률과 부계 염색체를 가질 확률은 50%로 동일합니다. 중기 1에서 염색체의 독립적 분리(independent assorment)란 각각의 상동염색체 쌍이 다른 상동염색체 쌍과는 독립적으로 배열되어 분리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상동염색체 쌍이 2개인 2배체 세포의 감수 1 분열을 통해 만들어진 딸세포의 경우의 수는 2x2, 즉 4가지입니다. 어느 극 쪽으로 모계, 또는 부계 상동염색체가 향하는지를 따졌을 때의 각각의 경우의 수는 2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n이 개체의 반수체 염색체 수일 때, 독립적 분리를 통한 가능한 경우의 수는 2^n개입니다. 사람의 경우는 2^23개, 대략 840만 개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교차
교차라는 현상까지 고려한다면 유전적 다양성은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를 동원합니다. 교차는 두 부모에서의 DNA를 모두 갖는 재조합 염색체(recombinant chromosome)를 만들며, 평균적으로 1~3번 일어납니다. 모계와 부계의 대립유전자들의 새 조합을 만드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중기 2에서 재조합 염색분체를 가진 염색체라면 어느 극 쪽으로 배열되는지에 따라 또 2가지의 경우가 나타납니다. 자매염색분체가 유전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감수 2 분열에서의 염색분체들끼리의 독립적인 분리도 이렇듯 유전적 다양성을 높입니다.
-무작위 수정(+집단 내 유전적 변이가 진화에 미치는 영향)
독립적인 분리에 의한 각각의 배우자의 경우의 수만 사람에서 840만 가지입니다. 남성 배우자와 여성 배우자가 수정 과정에서 융합하면 2^23x2^23가지, 대략 70조 가지의 2배체 조합 중 하나로 수정란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교차까지 고려한다면 변이는 더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전적 변이는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겠습니다. 다윈이 말한 자연선택은 환경에 따라 유전적 변이가 나타나는 것이며, 그것이 축적되면 일부 개체들은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돌연변이가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들을 만들고, 이러한 조합이 환경에 적응을 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환경이 안정적이라면 무성생식이 유성생식보다 성공적인 대립유전자들의 조합을 보존해 주고, 에너지도 덜 소모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신기한 점은 동물에서 거의 보편적인 것이 유성생식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델로이드 로티퍼라는 동물은 무성생식을 하면서도 유전적 다양성을 얻습니다.) 즉 유전적 변이가 진화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핵산에 대해 더 자세히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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