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는 감수분열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핵산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핵산은 자연계의 모든 분자들 중 자가복제가 유일하게 가능합니다. 부모와 자손의 유사성은 복제된 DNA가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달되는 것에서 유래합니다. DNA의 구조와 복제 과정, 수선 과정 및 염색체 구성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DNA는 유전물질일까?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은 오늘날에는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을 몰랐을 당시에는 DNA 또는 단백질이 가능한 유전물질의 후보였습니다. 그중 단백질이 유전물질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실험을 통한 증거들이 발표되면서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DNA가 세균을 형질전환할 수 있는 증거
그리피스는 폐렴 백신 개발 위해 폐렴쌍구균을 연구하던 중 신기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열처리로 죽은 병원성 균주를 살아 있는 비병원성 균주와 섞었더니 일부의 살아 있는 균주가 병원성을 띠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성을 자손에게 유전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이 현상을 형질전환(transformation)이라고 하며, 오늘날에는 외부의 DNA가 세포로 도입되어 유전자형, 표현형을 바꾸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형질전환이 알려지지 않은 유전물질에 의한 것으로 결론을 지었습니다.
-바이러스 DNA가 세포를 프로그램시킬 수 있는 증거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DNA가 유전물질임을 증명하는 다른 증거가 발표되었습니다. 바이러스는 세포를 감염시켜 숙주세포를 물질대사 시스템을 통해 자신을 재생산해냅니다. 1952년에 허시와 체이스는 T2라는 박테리오파지의 유전물질이 DNA임을 입증했습니다. 단백질과 DNA 중 하나만 세균(대장균)으로 들어가 감염시킨다고 생각해 T2의 한쪽 시료(단백질)는 방사성 동위원소 황을 사용하고, 다른 쪽 시료(DNA)는 DNA 표지 위해 방사성 동윈 원소 인을 사용했습니다. 단백질은 황을 포함하고 있어 방사성 황은 파지의 단백질로만 삽입 가능하고, 방사성 인은 DNA로만 삽입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험 결과 단백질이 아닌 파지의 DNA가 숙주세균 내로 들어간다는 것을 허시와 체이스가 알아냈습니다. 파지에 의해 감염된 DNA는 바이러스의 DNA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가 있는 분자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것을 통해 단백질이 아닌 핵산이 유전물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증거
이밖에도 샤가프는 DNA가 유전물질임을 입증하는 또 다른 증거를 발견합니다. 그때 당시에도 DNA가 염기와 5탄당, 인산기로 이루어진 핵산의 중합체라는 것은 이미 밝혀진 상황이었습니다. 샤가프는 여러 종 생물체의 DNA 염기구성이 생물종에 따라 다양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DNA가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종들에서도 DNA의 다양성을 증명해 유전물질에 대한 가능성을 높인 것입니다. 또한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의 비율에 규칙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염기 중 아데닌과 티민, 구아닌과 사이토신의 수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정리한 것이 바로 샤가프 법칙(charaff's rules)입니다. 염기의 구성은 종에 따라 다양하다는 것과 어떤 종에서는 A와 T, G와 C의 수가 같다는 것입니다.
-DNA의 구조적 모형 구축
DNA가 유전물질임은 입증되었고, 이제 과연 어떠한 구조를 이루는지를 알아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950년대 초에 핵산 중합체에서 공유결합의 배열이 밝혀지자 폴링, 윌킨스, 프랭클린 등이 DNA 3차원 구조를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정확한 구조를 발표한 사람은 왓슨과 크릭이었습니다. 크릭은 X선 결정학 기술을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는 도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왓슨은 프랭클린이 찍은 DNA X선 회절 사진을 보고 DNA가 나선형 구조를 이룬다는 것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나선의 개수는 두 개의 가닥일 것이라고 추론해 냈고, 이것은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중 나선(double helix) 구조입니다. DNA 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왓슨은 당과 인산의 골격은 구조의 밖에 위치한다는 프랭클린의 보고서를 통해 역평행(antiparallel)한 당-인산 골격을 만들어냈습니다. 나선형으로 한 바퀴 돌 떄마다 길이는 약 3.4nm에 해당하며, 10개의 염기쌍이 약 0.34nm의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질소를 함유한 염기인 아데닌과 티민, 구아닌과 사이토신은 결합을 통해 이중나선을 이룹니다. 이때 아데닌과 구아닌은 퓨린 계열(고리가 2개)에 속하지만 사이토신과 티민은 피리미딘 계열(고리가 1개)입니다. A와 A, 또는 C와 C가 염기쌍을 이룬다고 가정한다면 이중나선이 동일한 지름을 이루고 있지 않습니다. 퓨린 1개와 피리미딘 1개가 결합한 염기쌍이 이중나선의 지름을 균일하게 유지 가능합니다. 각 염기는 다른 염기와 수소결합을 형성할 수 있도록 화학적 잔기를 가집니다. A는 T와 2개의 수소결합, 그리고 C와 G는 수소결합 3개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한쪽 가닥의 G는 항상 상보적인 다른 가닥의 C와 수소결합을 이루고, 한쪽 가닥에 A가 있다면 다른 상보적인 가닥에는 T가 있습니다. 즉 A와 T, C와 G의 개수가 같다는 샤가프의 법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증거 및 DNA의 구조 모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어서 다음 글에서는 DNA 복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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