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는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이 입증되는 과정과 DNA의 구조가 구축되는 과학자들의 연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DNA의 복제 과정 및 수선 과정, 그리고 이것에 관여하는 단백질 등에 대해 공부해 보겠습니다.
1. DNA 복제와 수선에 관여하는 단백질
DNA 복제의 기본적인 개념은 주형가닥에 상보적인 염기쌍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DNA 복제의 모형은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보존적 모델(conservative model)로, 부모 DNA가 새 가닥에 대한 주형으로 작용하고, 다시 결합하여 이중나선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반보존적인 모델(semiconservative model)로, 부모 DNA의 두 가닥이 분리되어 각각이 하나의 새 상보적 가닥을 만드는 주형으로 작용합니다. 세 번째는 분산적인 모델(dispersive model)로, 자손 분자의 각 가닥은 부모가닥과 새로운 DNA가 합쳐져 있습니다. 1950년대 후반에 메세슨과 스탈은 관련 실험을 통해 DNA의 복제는 왓슨과 크릭의 예측대로 반보존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2. DNA 복제 과정
DNA 복제에는 12가지 이상의 효소와 단백질이 작용합니다. 놀라운 것은 사람의 체세포에 있는 DNA 분자는 60억 개 정도의 뉴클레오타이드 쌍으로 구성된다는 점입니다. 인쇄한다고 가정하면 생물학 교과서 1400권에 해당하는 두께인데 세포는 이를 몇 시간 만에 복제합니다. 오류는 100억 개의 뉴클레오타이드당 1개 꼴로 적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DNA 복제 과정에 대해 세균의 한 종류인 대장균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복제의 시작은 DNA의 짧은 절편인 복제원점(origins of replication) 위치에서 나타납니다. DNA 복제를 시작하는 단백질은 복제원점 서열을 인지하고 결합해 두 가닥으로 이를 분리합니다. 이로써 복제 기포(replication bubble)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완전히 DNA가 복제될 때까지 양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진핵생물의 염색체는 세균과 달리 수백~수천 개의 복제원점을 가집니다. 따라서 DNA가 빠르게 복제될 수 있습니다. 복제기포의 양끝에는 복제분기점(replication fork)이 Y자 모양으로 존재합니다. 이 부분에서 부모가닥의 이중나선이 풀립니다. 헬리케이스(helicase)는 복제분기점에서 이중나선을 풀어주는 효소입니다. 헬리케이스의 작용 후에 단일가닥 결합 단백질(single-strand binding protein)는 단일 가닥에 결합해 이중 가닥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회전효소(topoismerase)는 DNA 부모가닥을 끊고 다시 연결해 DNA의 꼬임을 완화합니다.
그러나 DNA 복제에서 DNA 합성 중합 효소가 폴리뉴클레오타이드의 합성을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DNA 합성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뉴클레오타이드는 바로 프라이머(primer)라고 부르는 RNA 단편입니다. 프라이머는 프리메이스(primase)에 의해 합성됩니다. 프리메이스는 부모 DNA 가닥을 주형으로 사용하여 한 번에 1개씩 RNA 뉴클레오타이드를 첨가해 RNA 사슬을 만들고, 대략 5~10개의 뉴클레오타이드가 프라이머를 구성합니다. (또한 프리메이스는 복제 과정을 더 느리게 진행할 수도 있는 기능을 가집니다.) RNA 프라이머의 3' 말단부터 새로 합성된 DNA 가닥이 시작됩니다. DNA 중합효소(DNA polymerase)는 이미 있는 사슬의 3' 말단에 뉴클레오타이드를 붙입니다. 대장균에서는 주로 DNA 중합효소 3과 1이 복제에 관여합니다. DNA 중합효소는 일반적으로 프라이머와 주형가닥이 필요하며, 각각의 뉴클레오타이드는 주형가닥 DNA를 따라 상보적인 뉴클레오타이드로 정렬됩니다. DNA 중합효소 3은 RNA 프라이머에 DNA 뉴클레오타이드를 붙이고, 새 DNA 가닥의 끝에 상보적인 뉴클레오타이드를 연결합니다.
DNA 가닥의 두 말단은 서로 다르고 각 가닥은 방향성이 존재합니다. 이중나선인 DNA의 두 가닥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는 역평행 구조입니다. 즉 DNA 복제에 의해 새로 만들어진 두 개의 새 가닥도 주형가닥과 역평행해야 합니다. 이 구조는 DNA 복제 과정에도 영향을 줍니다. DNA 중합효소는 신장되는 가닥의 5' 말단이 아니라 3' 말단에만 뉴클레오타이드를 붙입니다. 따라서 DNA 가닥은 5'에서 3' 방향으로만 신장됩니다. 복제기포에 있는 2개의 복제분기점 중 하나는 주형가닥을 따라 DNA 중합효소가 5'에서 3' 방향으로 연속적으로 상보적인 가닥을 합성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선도가닥(leading strand)이라고 합니다. 선도가닥 합성에는 프라이머가 1개만 있으면 됩니다. 한편 다른 주형가닥에서 DNA를 5'에서 3' 방향으로 신장하려면 DNA 중합효소 3은 복제분기점에서 반대방향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가닥을 지연가닥(lagging strand)이라고 합니다. 지연가닥은 불연속적인 조각들로 합성되며 각각의 절편은 오카자키 절편(Okazaki fragment)입니다. 지연가닥에서는 각 절편마다 프라이머가 필요하며, DNA 중합효소 1은 인접 프라이머의 RNA 뉴클레오타이드를 DNA 뉴클레오타이드로 바꿉니다. 그리고 DNA 연결효소(DNA ligase)는 오카자키 절편들끼리 연결해 완전한 새 DNA 가닥을 형성합니다. DNA 복제 과정의 단백질들은 하나의 DNA 복제 복합체를 형성해 복제의 효율을 높입니다. DNA가 복제 과정 중 이 복합체를 통과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DNA를 교정하고 수선하는 과정은 어떠한지 다음 글에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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