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는 유전체 사업과 생물정보학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어서 비암호화 DNA, 그리고 DNA의 돌연변이 등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1. 다세포 진핵생물은 비암호화 DNA와 많은 다유전자군 가진다
유전자와 연관된 조절 부위와 인트론은 사람 유전체 중 약 5%와 20%를 차지합니다. 나머지는 기능 유전자들 사이에 위치하는 것으로, 비암호화 DNA 서열, 위유전자들(pseudogenes)을 포함합니다. 여기서 위유전자는 유전자였지만 오랜 시간 동안 돌연변이를 축적해 더 이상 기능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유전자 사이 DNA는 주로 반복서열 DNA(repetitive DNA)로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비암호화 DNA는 쓰레기 DNA라고도 불렸으나 이 부위는 여러 유전체에서 나타납니다. 즉, 비암호화 DNA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이인자와 연관 서열
전이인자(transposable element)는 유전체상에서 옮겨 다닐 수 있는 DNA 조각입니다. 일종의 재조합인 전이(transposition) 과정을 통해 전이인자는 세포 DNA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전이인자는 세포 DNA로부터 떨어져 행동하지 않고 DNA 굽혀주는 효소와 단백질의 도움으로 거의 붙은 상태에서 전이됩니다.
트랜스포존과 레트로트랜스포존의 이동
진핵생물의 전이인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DNA를 중간 매개로 유전체 사이를 이동하는 트랜스포존(transposon)입니다. 이것은 잘라 붙이기 기작이나 복사하여 붙이기 기작에 의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합니다. 이 두 기작은 트랜스포제이스(transposase)라는 효소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진핵생물의 유전체 대부분의 전이인자인 레트로트랜스포존(retrotransposon)입니다. DNA 전사물인 RNA 중간물질을 매개로 옮겨 다니며, RNA로 기존 위치에서 전사되어 이동합니다. 새 삽입 위치에서 RNA는 레트로트랜스포존에 암호화된 역전사효소에 의해 DNA로 역전사 되고 삽입됩니다.
전이 인자 연관 서열
진핵생물의 유전체에는 전이인자 연관 서열도 흩어져 있습니다. 각 단위는 수백~수천개의 염기쌍으로 되어 있으며, 반복되어 있는 각 단위의 서열은 비슷하지만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전이인자와 연관 서열이 포유류 유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5~50%로 작지 않습니다. 사람과 영장류에서는 많은 전이인자와 연관 염기서열이 Alu 인자(Alu element)라는 서열로 구성됩니다. 이들 서열 자체만으로도 사람 유전체의 10%를 차지합니다. 상당수의 Alu 인자는 전사되어 RNA가 되고, 일부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합니다. 사람 유전체의 약 17%는 레트로트랜스포존인 LINE-1(L1)으로 되어 있습니다. L1서열은 발생 중인 신경세포에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어 다양성에 기여한다고 합니다. 전이인자는 상당수가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지만 이 단백질의 기능은 없기에 비암호화 서열에 포함됩니다.
-단순서열 DNA 포함하는 기타 반복 DNA
전이인자와 연관 없는 반복서열들은 DNA 중복과정 등에서 실수로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인간 유전체의 14%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 중 1/3는 크기가 큰 중복 DNA 부분으로, 다른 염색체의 일부가 중복되어 나타납니다. 길이는 10000~30000개 염기쌍으로 깁니다. 하나의 염색체 상에서 한 부분이 다른 자리로 복사되었거나, 다른 염색체에서 복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순 반복서열 DNA(simple sequence DNA)는 짧은 서열이 반복되어 연결된 형태로 나타납니다. 반복 단위가 2~5개의 염기이면 짧은 직렬 반복(short tandem repeat, STR)이라고 합니다. 유전체의 단순 반복서열 DNA는 주로 염색체 말단 텔로미어나 염색체의 동원체 등에서 발견됩니다. 동원체의 DNA와 다른 곳의 단순서열 DNA는 간기의 핵 내부로 염색질을 채우는 조직화를 도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텔로미어의 단순 반복서열은 세포분열 시 DNA 길이가 짧아지면서 생길 수 있는 유전자의 손실을 막아줍니다. 이러한 DNA 상의 단순 반복서열들은 전체 유전체 크기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유전자와 다유전자군
단백질과 구조 RNA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는 1.5%이며, 인트론과 조절 부위를 합치면 25%를 차지합니다. 평균적인 유전자들은 그 길이의 약 6%만 마지막 유전자 산물에 기여합니다. 진핵세포에서도 유전자들은 독특한 서열로 되어 있고, 한 염색체에는 일반적으로 하나만 존재합니다. 그러나 많은 동식물에서는 이러한 유전자가 절반이고 다른 유전자들은 다유전자군(multigene family)으로 존재합니다. 어떤 다유전자군은 동일 서열로 된 여러 유전자가 일렬로 붙은 모습을 보입니다. 대부분의 동일 유전자 다유전자군은 최종 산물로 RNA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들입니다. 세 개의 가장 큰 rRNA 분자를 암호화하는 유전자군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 rRNA 분자들은 다세포 생물의 유전체에서 동일 전사 단위로 암호화되어 있어 리보솜을 빠르게 합성할 수 있습니다.
2. DNA의 중복, 재배열, 돌연변이
-염색체 전체 중복과 염색체 구조 변화
감수1 분열의 상동염색체 분리의 실수가 염색체의 세트수를 배수체로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은 드물게 유전자의 진화를 용이하게 합니다. 중복되어 여러 유전자가 있으면 그 여분 유전자들은 변이 축적에 의해 다양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러 유전자에서 변이가 축적되면 새 종이 출현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염색체 구조는 어떨까요? 600만 년 전에 사람과 침팬지의 조상이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할 때, 사람의 조상에서는 두 개의 염색체가 융합되어 사람과 침팬지에서의 염색체 수가 n=23과 n=46로 달라졌습니다. 사람과 여러 포유류에서 비교 연구를 진행한 결과 진화상에서 염색체 재배열의 역사를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감수분열 과정에서 DNA가 끊어졌다가 잘못 연결되어 중복, 역위 현상이 관찰됩니다. 염색체의 재배열은 새 종의 출현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 교배를 통해 자손을 낳을 수 없는 부류가 생겨나고 이것이 종의 분화로 이어진 것입니다.
-유전자 크기의 DNA 조각의 중복과 다양화
감수분열에서의 실수로 개별 유전자의 중복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감수 1분열 전기에서 부등 교차가 일어나면 한 염색체에는 결실, 다른 염색체에는 중복이 발생합니다. DNA 중복 과정에서도 실수가 생기면 DNA 일부 결실 또는 중복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단순 반복서열 DNA의 반복 횟수가 개인마다 다른 것도 이 오류에 기인합니다. 부등 교차와 DNA 중복과정의 미끄러짐 현상이 유전자의 중복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글로빈 유전자군 등의 존재에서 알 수 있습니다. 글로빈 유전자군의 진화과정은 유전자 중복과 변이의 축적 과정을 통해 유사 기능을 가진 여러 유전자로 진화한 것입니다.
한편 중복된 한 유전자가 전혀 새 기능을 갖는 유전자로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라이소자임과 알파-락트알부민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라이소자임은 세균의 세포벽을 분해해 감염을 막는 효소이며, 알파-락트알부민은 포유류의 젖 생산에 관여하는 단백질입니다. 포유류에서는 두 유전자가 다 있지만 조류에서는 라이소자임만 있습니다. 즉 조류와 포유류가 진화상 분화 후 라이소자임이 중복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포유류에서 중복된 라이소자임 유전자 하나가 변해 알파-락트알부민으로 변화했다고 추정됩니다.
-유전자 부분 재배열: 엑손 중복, 엑손 뒤섞기
특정 엑손이 한 염색체에서는 중복되고 다른 염색체에서는 결실될 수 있습니다. 중복 엑손을 가진 유전자는 동일 도메인을 여분으로 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합니다. 단백질 구조상의 이러한 변화는 단백질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콜라겐으로, 반복된 아미노산 서열로 이루어진 구조 단백질입니다. 엑손 뒤섞기(exon shuffling) 현상도 있습니다. 이것은 감수분열 시 재조합 과정의 실수로 유전자 내 또는 유전자 간 엑손 뒤섞기가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서도 새 기능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시로는 조직 플라스미노젠 활성화 효소(tissue plasminogen activator, TPA)가 있습니다.
-전이인자가 유전체 진화에 기여한 점
전이인자는 유전자 재조합을 촉진하거나 유전자를 파괴할 수 있고, 조절 부위에 끼어들 수도 있습니다. 또 유전자 전체나 엑손을 다른 새로운 장소로 이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유전체 전체의 여러 부위에 비슷한 서열의 전이인자가 퍼져 있으면 상동 염색체가 아닌 다른 염색체 간의 재조합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종종 치사에 이르게 하지만 일부는 진화에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전이인자가 엑손 하나를 이동시키면 다른 유전자 속으로 엑손이 이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진화에 유전적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번 글에서는 비암호화 DNA, 돌연변이 등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유전자 발현 조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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